Printed Circuit Board (PCB)는 전자 부품의 동작을 위한 회로가 구성된 얇은 판으로, 현존하는 모든 전자장비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모듈입니다. 1,000 원짜리 인형 장난감에서부터 핸드폰, 컴퓨터, 그리고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까지 우리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PCB 기판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저항, 캐패시터 등의 회로 수동소자들, 그리고 이러한 부품들에 필요한 전력을 담당하는 레귤레이터 등이 모두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부품들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회로도에 따라 구리선을 이용하여 전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미지 1의 왼쪽 그림은 흔히 볼 수 있는 PCB의 예시로, 구리선이 기판 위로 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PCB 기술이 없다면,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모든 부품을 구리선으로 직접 연결해야 하며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미지 1. Printed Circuit Board (PCB) 예시(좌), 점퍼케이블로 구성된 회로(우)[1]
그렇다면 이런 PCB는 어떤 절차를 거쳐 설계되는 걸까요? 모든 PCB 기판은 특정한 의도와 목적에 맞게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선풍기에 포함된 PCB 기판은 원하는 속도로 모터를 제어하는 것과 같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기판의 임무가 결정되면, 해당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부품들을 선택하고 각 부품들을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도인 회로도를 작성하게 됩니다. 회로도는 부품 간의 통신, 전력 공급 방법 등 모든 세부 사항들을 고려해 작성됩니다. 이후에는 부품 배치 단계를 거칩니다. 부품의 형태, 어떤 부품과 연결되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놓일지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부품이 배치되고 나면, 실제로 구리선을 이용하여 회로도 상에 설계된 대로 부품들을 이어주는 회로 배선 단계를 거쳐 PCB가 완성되게 됩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여러 LG 그룹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PCB 설계 작업을 매 년 수천 회 이상 수행하고 있으며, 건당 적게는 수 시간에서 많게는 십여 일까지 작업 시간이 필요합니다. PCB 자동배선은 AI가 전문가를 도와 빠른 시간 내에 복잡한 회로 배선을 효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지 2. PCB 설계 과정
PCB 배선 문제는 기존의 경로탐색 문제와 다른 몇 가지 특성이 존재합니다. 먼저 가장 큰 특징으로 배선에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각 신호선은 필요한 전류량에 따라 굵기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하고, 합선 방지를 위해 서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기판에 따라 배선이 금지된 영역도 있습니다.
두 번째 특성은 각 배선이 다른 배선들을 고려하여 일부러 비효율적인 경로를 따라야 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최단 거리로 배선을 하는 것이 전기적 특성에 유리하지만 모든 신호선들을 한정된 공간에서 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특성은 여러 층을 사용하는 다층설계라는 점입니다. PCB 보드는 기본적으로 앞면과 뒷면의 두 층을 활용하여 부품을 실장합니다. 배선 역시 이 두 층을 사용하지만, 공간의 부족 또는 요구 전류량에 따라 내부에 층을 추가하여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처럼 제한적 공간에 수많은 신호가 들어가야 되는 경우 8개, 12개의 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호선은 여러 층을 오가며 배선 될 수 있으며, 이동할 수 있는 Via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층의 신호를 연결합니다. 이때, Via는 일반적으로 신호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미지 3. PCB 설계 문제의 특징
이처럼 PCB 문제는 단순한 경로 탐색 문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rid 기반과 Continuous Space 기반 방식을 모두 사용하여 접근하고 있습니다. Grid 기반 방식의 경우, PCB 기판을 일정 간격으로 나누어 탐색하게 되며, Combinatorial Optimization 분야의 Steiner Tree Packing Problem (STPP) 로 변환하여 접근합니다. Continuous Space 기반 방식은 이러한 변환 과정 없이 기판 그대로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두 가지 방법은 서로 장단점이 명확하여 상호 보완적으로 접근합니다. Grid 기반 방식은 Grid를 사용하여 탐색 속도가 빠르지만 그리드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초과가 발생하여 제약조건을 위반하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Continuous Space 방식은 제약조건을 정확하게 만족시킬 수 있지만, 탐색 과정에서 매번 제약조건 체크를 수행하면서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미지 4. Gird 기반 알고리즘과 Continuous space 기반 알고리즘의 장단점
LG AI연구원에서는 Grid 기반 탐색방식을 먼저 수행하여 대다수의 제약조건을 만족시키는 연결 방법을 먼저 탐색하고, 이를 가이드로 활용하여 탐색영역을 좁혀 Continuous Space에서의 탐색을 가속화하면서 제약조건을 정확하게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탐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약조건을 위반하게 되는 영역을 탐지하고 충돌 영역에 페널티를 부여하여 재탐색 하는 Pathfinder+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Cost 업데이트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각 신호들이 모든 제약조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그리드 상에서 제약조건을 만족하는 솔루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5. Pathfinder+의 충돌해결
그러나 이렇게 Grid 상에서 올바른 솔루션을 도출하였더라도 이를 다시 원래 PCB 문제로 복원하게 되면 Grid의 오차로 인해 제약조건 위반사항이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ontinuous Space에서 솔루션을 탐색하게 됩니다. Continuous Space의 탐색은 경로 탐색 알고리즘의 하나인 Rapid-exploring Random Tree (RRT) 알고리즘을 PCB문제에 맞게 수정(RRT-PCB)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탐색을 가속화 하기 위해 Grid 상에서 탐색한 솔루션을 활용하여 샘플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미지 6. Pathfinder+ 가이드를 활용한 RRT-PCB 탐색법
지금까지 LG AI연구원에서 PCB의 자동배선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소개하였습니다. 현재 LG 계열사의 여러 가지 실제 제품을 통해 검증되었고, 여러 제약조건을 반영한 배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배선 결과를 실제 제품에 바로 활용하기에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특히, 산업에서 사용되는 실제 PCB의 경우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권고 사항들이 존재하며, 이는 엔지니어들의 경험을 통해 PCB 상에 구현됩니다.

이미지 7. AI가 자동 설계한 보드 일부
LG AI연구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엔지니어들의 배선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여 실제 설계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급 엔지니어들의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학습하여 설계에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끊임없이 진화하는 산업 현장의 AI – PCB AI 자동설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