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측 모델을 평가할 때 정확도라는 지표에 주목하곤 합니다. “이 모델의 정확도가 90%입니다”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모델이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에서는 단순히 정확도가 높은지를 넘어,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예측을 믿고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특히 광산 투자나 장기 공급계약처럼 큰 자본이 투입되고, 의사결정의 결과가 수년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정확도라는 숫자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측값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어떤 시장 구조와 가정이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현업 전문가가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의 근거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LG AI연구원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진행한 중장기 리튬 가격 예측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마주한 본질적인 질문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란 무엇인가?”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 랩(Data Intelligence Lab)은 공정 데이터, 물류망 데이터 등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이상 감지, 의사결정 최적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장기 리튬 가격 예측 프로젝트는 LG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클린테크(Clean Tech), 특히 배터리 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프로젝트입니다.
1-1. 리튬 가격 예측이 어려운 이유
리튬은 2차전지의 핵심 원료입니다. 니켈이나 코발트는 배터리 타입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지만, 리튬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공통으로 사용됩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리튬은 배터리 산업의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좌우하는 전략 원자재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 변동성입니다. 최근 5년간 리튬 가격은 저점 대비 10배 이상 변동했습니다. 톤당 약 7,000달러 수준이었던 탄산 리튬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약 80,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급락했습니다. 이후에도 2025년 4분기 톤당 약 10,000달러 수준이었던 가격이 최근 2026년 1분기에는 약 20,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등락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수요 위축으로 인해 일부 광산 운영과 프로젝트 개발이 축소·지연되었지만, 엔데믹(endemic) 이후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공급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리튬 시장은 철광석이나 구리 같은 주요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이 가격 변동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와 시장조사기관의 중장기 전망도 실제 가격의 급등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측치는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인 반면, 실제 가격은 수급 충격과 시장 심리에 따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움직였습니다.
_aa8fbeb51.png)
이미지 1. 2015-2025년 실제 리튬 가격 vs. 기관 예측 비교[1]
이미지 1은 실제 리튬 가격과 과거 주요 기관 예측치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하늘색 선은 실제 리튬 가격, 주황색과 녹색 선은 각각 2018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시점에 발표된 기관들의 중장기 예측치를 나타냅니다. 기관 예측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인 반면, 실제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한 뒤 다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2. Upstream 투자를 위한 중장기 예측
본 과제의 목표는 향후 5년간의 리튬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었습니다. 리튬 가격을 이처럼 중장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Upstream 투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는 구매 시점 조정이나 계약 조건 변경으로 일부 대응할 수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광산·염호 등 Upstream 자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_c57f146a1.png)
이미지 2. 리튬전지 밸류 체인[1]
리튬은 자연에서 주로 광석 또는 염수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리튬 광석이나 리튬 염수를 확보할 수 있는 광산과 염호를 통칭해 리튬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리튬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시작한 뒤 실제 첫 생산물을 얻기까지 일반적으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본 과제에서는 이러한 투자·개발 리드타임을 고려해 약 5년 내외의 중장기 관점에서 가격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즉, 리튬은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공급 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처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가격 변동으로 크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튬 가격 예측에서는 다음 달이나 다음 분기의 가격 흐름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요 증가, 공급 증설, 프로젝트 지연, 생산능력 확대와 같은 요인이 몇 년의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 수급 구조와 산업 내 투자 시차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예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2-1. 예측값보다 중요한 가격 형성 메커니즘
"내년 리튬 가격은 톤당 ○○달러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단정적인 전망은 직관적이지만, 대규모 투자나 장기 공급계약처럼 예측 실패의 비용이 큰 의사결정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숫자’가 아니라,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반영된 시장 구조와 가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기존의 딥러닝 기반 시계열 예측은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해 미랫값을 예측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 가격처럼 수요, 공급, 재고, 생산능력, 투자 지연, 정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에서는, 예측값이 어떤 요인과 경로를 통해 도출되었는지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 전망 리포트나 뉴스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경우 수요 증가, 공급 지연, 재고 감소와 같은 개별 요인을 중심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각 요인이 전체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가격으로 이어지는지까지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본 과제에서는 리튬 가격을 하나의 독립된 시계열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요, 공급, 재고, 생산능력, 투자 지연, 정책 변화 등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을 함께 고려하고, 이 요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가격 형성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조화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능한 많은 변수를 모델에 넣는 것이 아니라, 리튬 가격 형성에 실제로 의미 있는 요인과 관계를 선별하고, 이를 예측 모델이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섹션에서는 시장 리포트와 뉴스에 담긴 전문가들의 설명에서 가격 영향 요인을 추출하고, 정량 데이터와 도메인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를 Causal Map으로 정제한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2-2. Causal Map으로 리튬 가격 요인을 구조화하다
앞서 설명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과제에서는 리튬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을 먼저 식별하고, 이 요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구조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때 출발점은 정량 데이터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전망 리포트와 리튬 관련 뉴스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장 전망 리포트와 리튬 관련 뉴스 같은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입력으로 삼아, 텍스트 안에 서술된 다양한 원인–결과 관계를 폭넓게 추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LLM 기반 Causality Extraction 기법[2,3]을 활용해, 시장 전문가들이 설명한 수요, 공급, 투자, 정책, 가격 변화 등 여러 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구조화했습니다. 즉, 처음부터 리튬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인만 선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관계를 가능한 한 넓게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기 인과 지도(Raw Causal Map)을 구성했습니다.
_19eb3f6d1.png)
이미지 3. 초기 인과 지도(Raw Causal Map)
초기 인과 지도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수요 측면: 전기차 판매량, 전기차 보조금, 친환경차 세금 감면 등
공급 측면: 리튬 프로젝트 투자, 수산화리튬 생산량, 리튬화합물 최대생산량 등
다만 비정형 텍스트에서 추출된 모든 요인을 그대로 모델에 활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격, 판매량, 생산량처럼 정량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은 실제 데이터와 연결해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반면 정책 변화나 시장 심리처럼 정량화가 어렵거나 데이터 확보가 제한적인 요인은 별도로 구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정량적인 데이터 분석과 함께 Causal AI 기반의 검토 방법론[4,5]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텍스트에서 추출된 인과관계가 실제 데이터상에서도 의미 있는 관계로 확인되는지, 그리고 예측 모델에 포함했을 때 설명력과 활용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이때 정량 지표뿐 아니라 도메인 지식에 기반한 정성적 검토도 함께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초기 인과 지도에서 추출된 관계 중 실제 모델링에 활용할 수 있는 요인과 관계를 선별해 정제 인과 지도(Refined Causal Map)를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정제 과정의 예로, 일부 시장 리포트에서는 유가 상승이 전기차 수요와 물류비를 통해 리튬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상대적인 구매 매력이 높아지고, 동시에 해상 운임 등 물류비가 상승해 리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기반 검토에서는 유가가 리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요인이라도 실제 데이터에서는 충분한 설명력을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과제에서는 텍스트에서 추출된 인과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데이터와 도메인 전문가 검토를 거쳐 실제 모델링에 활용 가능한 관계만 선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제된 인과 지도는 LG에너지솔루션의 도메인 전문가들과 함께 교차 검증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리튬 가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그렇지 않은 요인, 예측 가능한 요인과 예측이 어려운 요인을 구분해 나갔습니다. 즉, 단순히 많은 변수를 모델에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미지 4. 정제 인과 지도(Refined Causal Map)
| 구성 요소 | 역할 | 필요성 |
| 매커니즘 모델 | 수요·공급·재고·생산능력 등 가격 형성 구조 반영 | 가격을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결과로 다루기 위해 |
| 딥러닝 모델 | 변수 간 비선형 관계와 복잡한 상호작용 학습 | 규칙이나 선형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선형성을 포착하기 위해 |
| 도메인 시뮬레이터 |
광산 운영, 프로젝트 지연, 공급 가능량 등 |
과거 데이터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반영하기 위해 |
표 1. 하이브리드 예측 시스템의 구성 요소별 역할과 필요성
먼저 메커니즘 모델은 리튬 가격이 형성되는 기본 구조를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리튬 가격은 단순히 과거 가격의 연장선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수요, 리튬 공급, 재고, 생산능력, 투자 지연과 같은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형성됩니다. 따라서 Refined Causal Map에서 도출한 수요·공급·재고·생산능력 관련 요인을 바탕으로, 어떤 요인이 어떤 방향으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구조화했습니다.
딥러닝 모델은 이러한 구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실제 데이터상의 복잡한 변동 패턴을 학습했습니다. 리튬 시장에서는 개별 요인의 영향이 항상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재고가 충분하면 가격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고, 공급 차질이 크지 않더라도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일 변수의 영향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동시에 작용할 때 나타나는 가격 변동 양상을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과거 데이터 기반 모델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자 측 의사결정입니다. 리튬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광산 회사들은 생산량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격 회복 가능성, 운영 비용, 계약 조건,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 생산 지속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러한 개별 판단이 모여 전체 공급량이 결정되고, 그 결과가 다시 리튬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 시장에 대한 도메인 지식과 전문가 판단을 바탕으로 도메인 시뮬레이터를 구축했습니다. 도메인 시뮬레이터는 가격 수준, 생산비, 운영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광산별 생산 지속 여부와 공급 가능량을 추정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여기서 도출된 시나리오별 공급량 추정치를 메커니즘 모델 및 딥러닝 모델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예측 시스템으로 확장했습니다.
이 점에서 도메인 시뮬레이터는 예측 결과를 사후적으로 보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데이터에 직접 드러나기 어려운 공급자 측 의사결정 구조를 예측 모델 안에 반영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세 요소는 독립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Refined Causal Map을 기준으로 연결되었습니다. Refined Causal Map은 어떤 변수를 메커니즘 모델의 구조에 포함할지, 어떤 변수 조합을 딥러닝 모델이 학습할지, 그리고 어떤 조건을 도메인 시뮬레이터에서 별도 규칙과 시나리오로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공통 설계도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예측 시스템은 단순히 많은 변수를 입력값으로 넣는 방식이 아니라, 리튬 가격 형성 메커니즘에 따라 변수와 모델 구성 요소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예측 이후에는 예측값 자체뿐 아니라, 예측 결과가 어떤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측 가격이 상승할 때는 수요 증가, 공급 제약, 생산능력 부족, 재고 감소 중 어떤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도 공급 확대, 수요 둔화, 재고 증가 등 하락 요인을 함께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예측 결과가 어떤 요인과 인과 구조를 통해 도출되었는지 함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본 시스템의 중요한 차별점입니다.
2-4. 전문가 피드백으로 예측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다
하이브리드 예측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는, 모델이 산출한 예측 결과를 LG에너지솔루션 현업 전문가들과 함께 반복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업 전문가들의 역할은 단순히 예측 숫자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이 예측이 실제 시장 상황과 사업 맥락에서 합리적인가?”를 함께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측 결과가 현업 전문가의 직관과 다르거나, 파악된 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는 그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분석했습니다. 특정 변수의 영향이 과도하게 반영되었는지, 공급 지연이나 프로젝트 리드타임이 현실적으로 반영되었는지, 수요 전망의 전제가 적절한지 등을 함께 검토하고 모델 개선 방향에 반영했습니다.
이 과정은 AI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고 성능 지표만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측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교정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AI 모델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하지만, 모든 패턴이 실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패턴은 일시적인 노이즈일 수 있고, 일부 관계는 특정 시점에만 성립한 우연한 상관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에 나타난 관계 중 무엇을 신뢰할 수 있고, 무엇을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도메인 전문가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본 과제에서는 약 2년의 기간 동안 예측 → 현업 전문가 검토 → 피드백 반영 → 모델 고도화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예측 시스템이 실제 의사결정에 참고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반복 검증은 단순히 모델의 정량 성능을 높이기 위한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측값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예측이 어떤 근거로 도출되었고 현업 전문가 관점에서 이해 가능한지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모델의 결과와 현업의 판단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예측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5. 정확도를 넘어 의사결정으로
본 과제에서 구축한 리튬 가격 예측 모델은 수요 전망이 정확하다는 전제하에,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백테스팅(back-testing)에서 1-MAPE 기준 90% 이상의 예측 정확도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2023~2025년 구간에서 주요 IB 기관의 예측치와 동일하게 1-MAPE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약 2배 높은 수준의 예측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APE: 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
하지만 본 과제에서 중요하게 본 것은 정량 성능만이 아니었습니다. 중장기 원자재 가격 예측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예측값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어떤 시장 요인이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현업 전문가의 판단과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 과제의 예측 시스템은 단순히 과거 가격 패턴만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공급, 재고, 생산능력, 공급 측 의사결정 등 리튬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함께 반영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측값이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그것이 수요 증가 때문인지, 공급 제약 때문인지, 재고 변화 때문인지, 또는 광산 운영 의사결정에 따른 공급량 변화 때문인지 함께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예측 결과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시장 구조와 연결된 설명 가능한 결과로 이해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현업 전문가들은 예측값의 방향성과 배경을 함께 확인하면서 모델 결과를 실제 사업 맥락에서 해석하고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예측값만 제시했다면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어려웠겠지만, 예측의 근거와 배경을 함께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의사결정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예측 시스템은 LG에너지솔루션의 Upstream 투자 검토와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 예측 시스템은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본격적인 실증·검증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즉, 본 과제의 성과는 실험실 안에서의 모델 성능 검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는 예측 시스템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6. 향후 계획: 하이브리드 예측 시스템 고도화 및 확장
본 과제에서 구축한 인과 기반 하이브리드 예측 시스템은 중장기 가격 예측을 목표로 합니다. 중장기 예측의 특성상, 예측이 실제로 맞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리튬과 같은 원자재 시장은 투자, 생산능력 증설, 공급 차질, 수요 변화가 수년에 걸쳐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능 지표만으로 모델의 신뢰성을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장 데이터와 현업 전문가 피드백을 바탕으로 예측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예측값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었을 때 예측이 어떻게 수정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 시장 상황과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예측 갱신 과정의 일관성과 설명 가능성은 중장기 예측 시스템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과제는 데이터 준비, 인과 구조 설계, 모델링, 시뮬레이터 연계, 전문가 검토를 단계적으로 쌓아가며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유사한 중장기 가격 예측 과제나 공급망 의사결정 문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Agentic AI(에이전트형 AI) 기술은 이러한 예측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데이터 탐색, 변수 후보 검토, 모델 실험, 코드 작성, 리포트 생성처럼 반복적인 작업은 AI 에이전트가 보조하고, 연구자와 엔지니어는 문제 구조 설계와 도메인 가정 검토, 예측 결과 해석에 더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예측 시스템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구축과 운영 과정을 더 효율화하고, 적용 범위를 더 넓은 산업 문제로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AI 예측 시스템의 조건
이번 과제를 진행하면서 다시 확인한 것은, 복잡한 산업 문제를 AI 모델 하나로만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AI 시스템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도메인 지식과 전문가 인사이트가 데이터와 결합되어야 하며, 그때 비로소 시장의 실질적인 구조와 맞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튬 가격 예측의 핵심은 단순히 더 정교한 모델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수요와 공급, 재고, 생산능력, 투자 지연, 공급자 측 의사결정처럼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을 구조화하고, 이를 메커니즘 모델, 딥러닝 모델, 도메인 시뮬레이터, 현업 피드백과 함께 연결하는 예측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예측값이 어떤 구조와 가정 위에서 도출되었는지 설명하고, 전문가가 그 결과를 검토하며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 이 과제의 진정한 결실입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은 높은 정확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예측이 왜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고, |
본 과제는 LG에너지솔루션 메탈투자팀, 빅데이터분석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 LG에너지솔루션, “데이터로 미래를 읽는 기술: 중장기 리튬 가격 예측 모델을 통한 양극재 구매 경쟁력 확보”, LG AX Fair 2025.
[2] Yang, Jie, Soyeon Caren Han, and Josiah Poon. "A Survey on Extraction of Causal Relations from Natural Language Text." Knowledge and Information Systems, vol. 64, no. 5, 2022, pp. 1161-86.
[3] Jin, Z., et al. "Large Language Models for Causal Discovery: Current Landscape and Future Directions." Proceedings of the Thirty-Fourth 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IJCAI 2025), 2025.
[4] Zanga, Alessandro, and Fabio Stella. "A Survey on Causal Discovery: Theory and Practice." International Journal of Approximate Reasoning, vol. 155 (2023): 101-129.
[5] Niu, Wenjin, et al. “Comprehensive Review and Empirical Evaluation of Causal Discovery Algorithms for Numerical Data.” Journal of Machine Learning Research, vol. 23, 2024, pp. 1?78. arXiv, arXiv:2407.13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