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LG AI연구원 Fundamental Research Lab에 세 명의 새로운 얼굴이 합류했습니다. 올해 여름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보내고 있는 김재호, 양홍준, 정지환 인턴을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LG AI연구원 김재호, 양홍준, 정지환 인턴
LG는 처음입니다
Q. AI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재호(이하 김): 학부 때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어요. 저화질의 이미지를 고화질로 바꾸는 AI 기술을 의료기기에 적용하는 회사였는데, 이때 처음 AI를 접했어요. 하지만 당시엔 이런 기술이 너무 생소해 설명을 듣고도 의구심을 품었죠. 저는 창업자를 꿈꾸고 있는데, AI가 이렇게 대단한 기술이라면 미래에 창업을 위해서라도 이 기술에 대해 더 잘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A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어요.
양홍준(이하 양): 저 역시 학부 때 Data Visualization Lab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을 접하면서 데이터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함께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됐어요. 그 답을 AI에서 찾았죠.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자연스럽게 AI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정지환(이하 정): 저는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오히려 전공보다 지속 가능성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학부 졸업 후 UN 기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이공계열 전공자로서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중 AI가 다양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 전문가보다 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처럼 AI를 이용해 세상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잠재성에 매료되어 AI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같아요.
LG AI연구원 FR Lab 김재호 인턴
같은 대학원 소속인 김재호 인턴과 양홍준 인턴은 지난해 LG AI 해커톤 수상자 특전으로 올해 하계 인턴십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정지환 인턴은 입사 방식이 조금 다른데요. 정지환 인턴은 해외 박사 과정 중 LG AI연구원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가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잠시 머물게 되자 함께 연구했던 LG AI연구원 연구위원이 인턴십을 소개했고 서류 전형과 코딩 테스트,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김: Fundamental Research Lab MI 스쿼드에서 신항원(Neo-Antigen) 프로젝트(링크)를 하고 있어요. 부작용이 큰 항암치료 대신 환자 개인의 몸에서 항암 면역 반응을 도와주는 물질들을 찾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인데요. 이런 후보 물질을 AI를 이용해 선별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습니다.
양: 같은 스쿼드에서 OLED에 사용되는 유기 발광 재료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OLED 발광 재료는 분자 설계가 중요하지만 유기 재료의 특성상 재료의 설계나 검증이 쉽지 않고 탐색 공간이 넓어 개발이 어렵습니다. AI를 활용해 유효한 분자 영역 안에서 후보 분자를 도출하는 예측/최적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 저는 오프라인 강화학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I는 보통 의사결정을 하는 에이전트가 환경과 온라인 상호작용을 통해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얻어야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데 오프라인 강화학습은 온라인 상호작용 없이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에이전트를 학습시키는 방법이에요. 기존의 데이터를 가지고 환경 모델을 학습하는 모델 베이스(Model-based) 방식으로 적은 데이터로도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죠. 지금은 고정된 오프라인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라 소속된 스쿼드는 아직 없고, 10월 초 AI 콘퍼런스에 논문을 내는 것을 목표로 인턴십을 하고 있어요.
LG AI연구원, 실제로 경험해보니
Q. 외부에서 봤던 LG AI연구원과 실제로 경험해 본 LG AI연구원, 다른 점이 있다면요?
양: LG가 제조 계열사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이곳에 오기 전 그쪽 연구실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경험담을 주로 들었고 학교 연구실보단 다소 경직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연구원도 직장이고 조직인 만큼 학교보다 지켜야 하는 규칙이 많을 테니, 마음가짐부터 고쳐 먹어야겠다는 각오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아직 그대로인 것을 보면, 상당히 유연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LG AI연구원 FR Lab 양홍준 인턴
김: 그래도 대기업이니까 수직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미생’처럼 커피만 타다 오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고요. (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팀원 분들도 제가 팀에 기여할 수 있게끔 많이 신경을 써주세요. 덕분에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굉장히 재미있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인턴십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주실 수 있나요?
정: 저는 1차로 서류 면접과 코딩 테스트를 거쳤고 이후 이홍락 CSAI와 개별 면접을 거쳐 선발되었는데요. 코딩 테스트는 평소에도 특정 문제뿐만 아니라 더 일반적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하려고 고민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면접은 제가 했던 연구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평소 자신의 연구를 잘 연결된 스토리를 갖춘 발표 자료로 정리해두면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LG AI연구원에서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단순히 모델의 성능 평가 지표를 높이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서비스에서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저 또한 연구할 때 단순히 수치적인 성능을 높이는 것을 고민하기보다 AI를 어떻게 실제 상황에서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려해서 문제에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양: 지금까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 이미 알려진 알고리즘이나 방법론들을 별다른 고민 없이 사용했는데, 이곳에 와서 ‘난제’로 정의된 문제를 마주하니 그동안 제가 사용했던 방법들을 적용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함께 과제를 진행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설령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과 방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세부사항까지 알아야 하더라고요. 꼼꼼하게 디테일을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 아무래도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조바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같은 팀에 있는 연구원 분들이 빨리 하는 것보다 현재 연구에서 어떤 문제가 풀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부분을 짚어주셨어요.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급급해 영향력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칠 뻔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인턴 생활, 그리고 이후
인턴십 기간이 끝나면 이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게 됩니다. 분명한 건 어느 곳에서든 이들의 연구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인턴십에서 쌓은 경험은 앞으로의 연구에 바탕이 될 것입니다. 2021년 여름은 이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을까요?
Q. 이번 인턴십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인가요?
김: 이전에는 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성능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곳에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 문제에 어떻게 잘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어요. 학교에 돌아가면 논문을 집중해서 잘 써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하게 됐어요.
양: 사실 인턴십 오기 전까지 좀 무기력한 상태였거든요. 석사 졸업이 한 학기 남았는데 20년 가까이 학생 신분으로만 있다가 끝난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곳에 와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심지어 뛰어난 분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자극도 많이 받고 돌아가서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금 가닥을 잡게 됐어요.
정: 인턴십을 결정할 때 이홍락 CSAI께 직접 어드바이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팀 미팅을 통해 CSAI께 제가 연구한 것들을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는 인터랙션 과정이 제겐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또 박사 연구를 하다 보면 제 연구 주제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곳에선 옆 팀에서 하는 연구 내용이나 발표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면서 AI의 활용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어요.
LG AI연구원 FR Lab 정지환 인턴
Q.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관심 연구 분야나 주제는 무엇인가요? AI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김: 메타러닝과 연합 학습에 관심이 많고 이 기술들을 의료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의료 분야에서 AI 기술은 이론적으로나 제한된 상황에서만 연구되고 있는데, 이 기술들을 현실적인 의료 문제에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양: 저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컴퓨터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하는 강화학습과 생성모델에 흥미가 있어요. 단기적인 목표는 두 방법론을 다양한 도메인에 접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아직 AI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에 선도적으로 도전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정: 앞으로 계속해서 강화학습을 실용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여러 장애물을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오프라인 강화학습은 이런 면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목표는 이런 AI 기술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강화학습을 스마트 그리드 운용에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기술 혜택을 잘 누릴 수 없는 개발도상국을 AI 기술을 통해 발전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열악한 기술 환경에서는 적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목표 환경에 적응시켜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메타러닝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LG AI연구원 양홍준, 김재호, 정지환 인턴
Q. 인턴 생활 중에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김: 같은 스쿼드 리더님, 팀원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지만 꼭 한 사람을 꼽아야 한다면 사수인 로드리고 님입니다. 지난해 LG AI 해커톤에서 함께 수상한 뒤로 종종 연락하며 지냈는데 먼저 입사한 로드리고 님이 인턴으로 오기 전부터 제가 관심 가질 만한 프로젝트들에 대해 소개해 주셨어요. 덕분에 인턴 시작 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들어와서도 빠르게 업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 저 역시 제 사수인 정대웅 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과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모르거나 막히는 것이 생길 때마다 많은 도움이 주셨거든요. 덕분에 도메인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꼭 한 분만 꼽아야 하나요? 사실 모든 분들이 저희 인턴들이 잘 적응하고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항상 격려해주고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거든요.
정: FR Lab의 김현우 연구위원님입니다. 김현우 위원님을 토론토대학-LG AI연구원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코로나 때문에 잠시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인턴십을 소개해 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좋은 연구원에서 좋은 분들과 재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도 오프라인 강화학습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연구자로서 제가 꼭 알아야 할 여러 부분들에 대해 멘토링을 해주고 계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