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AI를 연구하다, LG AI Research US의 손성열님

그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마치 공부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좋은 모범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끝없이 파고드는 진중함을 갖춘, LG AI Research US에서 한국을 찾아온 손성열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연구생활에 대해 이어진 질문들에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치열한 연구자로서의 단단한 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AI연구원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순간

성열님은 아직 AI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던 때부터 일찌감치 AI 분야에 주목했습니다. 컴퓨터가 이만큼 똑똑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석사 때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AI에 관심이 생기면서 관련 공부를 많이 했었어요. AI가 컴퓨터의 다음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져서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AI가 한국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친구들이 저를 보고 의아해하기도 했죠.

이후 박사과정을 밟으며 강화학습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어요. 연구실 선배인 오준혁 박사님께서 쓰신 “Zero-shot task generalization with multi-task deep reinforcement learning” 논문을 리뷰하면서 강화학습에 푹 빠진 거죠. 그동안 제가 알던 머신러닝은 인풋이 주어지면 아웃풋을 예측하는 다소 단순한 방식이었는데, 여기서는 사람이 매우 구체적인 명령을 주고 AI는 이를 이해해서 정말 사람처럼 수행하더라고요. 정말 현실감 있는 인공지능이라고 느꼈고, ‘이게 미래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LG AI Research US 손성열님


AI에 대한 관심과 연구 욕심이 확고했던 터라 연구원으로의 진로 결정이 그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연구원이 되어야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은 MS와 구글에서의 인턴 활동 경험이었습니다.

“MS 인턴으로 있을 때는 팀원이 많지 않았어요. 강화학습 연구자만 8명이 같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관심사가 정말 잘 맞았어요. 식사하거나 수다를 떨 때조차 최근 각자 읽었던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하는 시간들이 참 좋았어요. 사람마다 살짝 다른 관점들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죠.

구글 인턴 생활을 할 때는 매우 큰 규모의 조직에 있다 보니,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게 좋았어요. 제 분야와 꼭 맞지는 않지만 큰 틀 안에서 연계되는 지점들이 많은, 예를 들면 자율주행이나 산업화 분야, 엔지니어링 등 좀 더 넓은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죠. 좀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연구자 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재밌는 행사도 많이 열렸는데, 단순히 업무 관련 이벤트를 넘어 사내 레이싱 대회와 같이 큰 규모로 잘 기획된 사내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어요.”


LG AI연구원, 그리고 LG AI Research US

박사과정 당시 지도교수님이었던 이홍락 CSAI를 통해 알게 된 LG AI Research US. 강화학습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성열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제가 꼭 해내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을 고민해보니 LG AI연구원이더라고요. 강화학습은 아직 실용화 사례가 많지 않아 일반적으로 기업이 도전하기에 쉽지는 않죠. 그런데 LG AI연구원은 강화학습, 특히 제가 관심있는 embodied agent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LG AI Research US는 미시건대학교에 거점을 두고 최근 론칭한 조직입니다 현지 연구원들을 활발하게 채용하는 단계이며, 그곳에 입사해 연구를 진행하던 성열님은 원장님의 권유로 한국에 와 다양한 연구와 연구원들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조금 바쁘지만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과 저녁 시간에는 미국에서 진행중이던 프로젝트에 대해 미팅하는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이곳에 계신 분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을지,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미국에 돌아가더라도 여기서 시작한 프로젝트들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거든요.”

LG AI Research US팀과 화상미팅 중인 성열님


신생 조직인 LG AI Research US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성열님은 한국에 와 다양하게 체득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에 대해 그가 이전에 갖고 있었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사기획, 조직문화 부서가 매우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전에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했을 때가 오래전 일이기도 하지만, 조직 문화와 관련해서 우리 회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Culture3.0 squad에서 저희 팀 문화 구축과 발전을 위해 같이 고민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는 게 매우 좋았어요.”

이곳에서 경험한 또 하나의 큰 장점으로 성열님은 ‘협업’을 꼽았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팀 간 경계가 뚜렷해서 협업이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그에게 LG AI연구원 내 다양하고 적극적인 협업 문화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저희 Fundamental Research Lab 안에 MI(Material Informatics) 스쿼드가 있는데, 생물학이나 물리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을 인공지능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고 계시더라고요. FRlab이면 순수하게 기초연구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기 다른 도메인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인공지능이라는 큰 틀 안에서 협업을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거기다 최소한의 보고만 이루어지면 연구원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자유롭게 진행되는 것 또한 매우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업무 환경을 바탕으로 성열님 또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고 있습니다. 그중 주된 연구는 그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인 embodied agent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 인공지능이 관심을 많이 받고 상용화가 많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건 챗봇처럼 온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위주 서비스, 혹은 로봇청소기처럼 사람과 인터랙션하지 않고 혼자서 업무를 잘 처리하는 정도의 제품 정도잖아요. 현실에서 고유의 신체를 갖고 사람과 직접 소통하는 단계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아직 없어요. 인공지능이 정말 유용해지려면 사람과 완벽하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단계의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embodied agent는 그런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저는 주로 인공지능의 추론 능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Data intelligence lab과 함께 PCB 과제도 진행중입니다. 회로설계 시 칩들을 전선으로 연결할 때 가장 짧은 거리로 연결하는 문제를 routing 문제라고 해요. 현재는 이를 전문가들이 직접 풀고 있는데, 이걸 강화학습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과제입니다. 전문가 수준의 성능을 달성하게 되면 LG 차원에서 굉장히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예요.”

기초 연구만 진행해왔던 그에게 현업과 맞닿아 있는 응용 연구 분야는 매우 새로운 경험입니다. 성열님은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에 대해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분야라고 말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해 이렇게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사실 저는 꾸준히 연구를 지속하면서 이루고 싶은 큰 목표가 있다 보니, 그걸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LG AI연구원이라는 판단이 든 것도 그 부분 때문이었죠. 자기만의 연구 방향성을 세우고 먼 미래를 상상하면서 깊게 생각하고 차근차근 채워 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 기초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응용 연구는 좀 더 가깝고 확실한 미래를 향해 전략을 수립하고 공략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킥오프 미팅 정도의 연구 극초반 단계에서부터 ‘이런 기술을 개발하면 LG에서 이 정도의 비용 및 시간 절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 등의 효과가 수치로 구체화되더라고요. 실제로 개발해냈을 때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고, 그랬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죠.”


AI연구를 통한 확장과 진화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성열님은 LG AI연구원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이홍락 CSAI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도교수님으로 만났을 때의 이홍락 교수님은 자주 뵙긴 해도 연구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는 사이였어요. 그러다 같은 회사 조직에서 만나뵙게 되니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이홍락 CSAI께서 제가 입사하자마자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계속 따로 밥을 사 주시더라고요. 제가 어려워할까봐 그 거리감을 좁혀주시려고 하신 것 같아요. 매우 감사했죠.

또한 연구 관련해서는 제가 놓치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집어주세요. 단순히 연구뿐만 아니라 그 연구의 real-world impact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시곤 합니다. 덕분에 특수한 상황에서만 동작하는 방법론보다는 더 다양한 상황에서도 잘 동작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곧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들, 이른바 ‘마곡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성열님.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기르기도 하고, 오랜만에 해 보는 대도시에서의 생활을 누리느라 하루하루 여행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mbodied agent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많아지면서 드디어 큰 규모의 챌린지가 열리게 됐어요. ‘BEHAVIOR’라는 챌린지인데, 여기서 유의미한 기회를 갖는다면 강화학습 상용화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드디어 열리는구나!’ 싶어 굉장히 신나 있는데, 다른 연구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것 또한 매우 즐겁습니다.”

LG AI Research US 성열님


강화학습, 그중에서도 embodied agent 연구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그에게 이 연구 분야는 그 자체로 큰 목표가 되었습니다. 5년 후, 10년 후에라도 반드시 이 과제를 해결하리라는 마음, 그리고 그때 느낄 성취감은 성열님의 큰 동기부여이기도 합니다.

“우리 연구원 구성원들과 함께 강화학습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embodied agent 관련 과제를 확실한 방법으로 풀어내고 싶고요. 최근에 로봇청소기를 샀는데 그 작은 변화 하나로 생활이 굉장히 편해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만약 로봇이 빨래, 요리, 쇼핑 같은 더 복잡한 일들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만큼 실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분야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연구 분야예요. 현실 속에서 완전히 상용화되기를 원하는 제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죠. 하지만 그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고, 유의미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에요.

물론 이러한 과제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화학습뿐 아니라 vision 및 language 분야에서도 전문가 분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해요. LG AI연구원의 다양한 전문가 구성원들과 꼭 같이 이뤄가고 싶습니다. 또한 저도 추후에는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 팀워크나 리더십과 같이 필요한 자질도 키워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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