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전자, 화학, 통신, 배터리, 신약, 생명과학 등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데이터를 접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가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LG AI연구원이 유일하며,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기술을 미래 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LG. 그 가운데에는 최근 설립된 LG AI연구원이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배경훈 원장을 만나 연구원 설립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LG AI 기술의 큰 그림을 그리다
Q. 기존에도 LG는 계열사별 AI 연구를 해왔습니다. 올해 LG AI연구원이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새로 출범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LG가 AI연구원을 설립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우수한 AI 인재들을 확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AI도 사람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인재 확보 전쟁’이라고 할 만큼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려워졌어요. 최고의 전문기관과 함께 기초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LG 계열사와는 다양한 응용연구가 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하기 위해 기존 연구조직과 별도로 LG AI연구원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최신 AI 기술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LG가 진행해 온 AI 연구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AI를 일부 활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선행연구 등을 통한 최신의 AI 기술 확보가 필수인데, 각 계열사는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AI 개발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선행연구를 통한 최신 AI 기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최신의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이를 사업적 영향력이 큰 난제해결 등의 응용연구로 연결시켜 LG의 AI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합니다.
세 번째는 그룹 차원의 AI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연구에는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이 필수적입니다.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컴퓨팅 자원은 고성능화 되고 있으며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용 이슈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모든 계열사에서 이런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자원 효율화 측면에서 그룹 차원의 AI 개발 환경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
Q. 실제로 LG AI연구원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LG AI연구원은 최신 AI 기술 확보, 계열사 공통 과제 수행 및 난제 해결, 인재 확보 및 육성, 그룹 AI 개발 인프라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최신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토론토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최신의 딥러닝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Continual Learning, Transfer Learning, Explainable AI, GAN 등은 상용화 가능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여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공통과제/난제 해결 측면에서는 그룹의 공통 AI 역량 강화 차원에서 비전 검사, 챗봇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난제 해결은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사업적 가치를 지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미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배터리 수명 예측, 특허 문헌 분석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인재 확보 및 육성 측면에선 비지도학습/강화학습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미시건대학교 이홍락 교수를 Chief Scientist of AI(CSAI)로 영입하고 이를 필두로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확보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해커톤 등을 통해 실질적 AI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LG 내부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 성과를 공유하는 AI Talk Concert, 현장의 문제를 AI연구원 멘토와 함께 풀어가는 AI 고급문제해결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LG AI연구원은 여러 계열사들이 Best Practice를 공유할 수 있는 AI Hub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AI 고급문제해결과정 등에서 만든 결과물을 AI Hub에 공유해 비슷한 문제를 가진 다른 계열사들이 참고하게 하고 있고, Public Cloud와 Private Cloud 구성을 통해 쉽고 편리한 AI 개발환경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LG AI연구원은 외부 연구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토론토대학과 함께 기업용 인공지능 연구를 추진 중이며, 국내에선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 공동 연구 협약을 맺었습니다. 최근엔 학계를 넘어 산업계와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토론토대학을 중심으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과 함께 ‘AI 기반 소재 개발 컨소시엄(A3MD: The Alliance for AI-Accelerated Materials Discovery)’에 창립멤버로 참여했습니다.
Q. 다양한 외부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구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역량만 가지고 AI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생태계를 만들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AI 기술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일 뿐,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현장의 문제들과 해당 영역의 지식(domain knowledge)이 필요합니다.
LG는 이미 AI 기술을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고, 현장의 전문 지식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AI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딥러닝의 창시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를 배출한 토론토대학과 협력해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Enterprise AI 영역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AI 소재 개발 컨소시엄인 A3MD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컨소시엄엔 테드 서전트(Ted Sergent)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연구 협력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역량 기반의 보상, 다양한 도전과 성장 기회 제공
Q. 앞으로 AI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를 위해 LG AI연구원에서는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I 기술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AI 사이언티스트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발전해나가고 있는 분야이고, 그 끝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LG AI연구원은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스마트 팩토리의 비전 검사 등 Enterprise 영역에서 AI 기술 연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엔 Customer 데이터 기반으로 AI를 활용하여 고객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 유튜브의 추천 기술도 AI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개인화/추천 등의 AI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 영역 발굴을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연구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Q. LG AI연구원의 목표와 비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LG그룹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제조 중심 기업인 LG가 Enterprise AI 영역에서 최고가 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LG가 가지고 있는 현장의 문제들을 AI로 해결해서 Best Practice를 만들고, 결과물을 다른 계열사에도 공유하고 확산함으로써 노하우를 전이시키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AI를 통해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AI로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어서 반복적인 일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AI를 기계와 사람이 소통하는 매개로 활용하면 고객가치를 높이는 일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가치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고객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AI로 다양한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여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솔루션들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AI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LG AI연구원의 비전은 AI를 잘 활용해서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불가능한 문제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수한 역량을 갖춘 AI 인재들이 들어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연구과제와 데이터들을 확보해서 연구원들이 다양한 문제에 도전을 하고 그 도전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되면 이것이 또 우수한 AI 인재들을 모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결국 좋은 인재들이 모이면 그 인재들이 LG가 가지고 있는 더 높은 수준의 문제들을 풀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Q. 앞서 인재 유치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LG AI연구원은 연구진들에게 어떤 연구 문화와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신가요?
“세계적으로도 LG만큼 다양한 문제와 데이터를 가진 곳은 드뭅니다. 많은 AI 기업들이 제한된 연구 주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지만 LG에는 AI를 필요로 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AI 사이언티스트들이 다양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연구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계열사가 가진 수준 높은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사업 성과에 기여하는 성취감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역량 기반의 새로운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역량만 있으면 연차와 상관없이 연구위원급, 임원급 대우를 해주는 식으로 전반적인 보상 체계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우수한 인재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서도 과열경쟁이 되지 않게 적절한 레벨을 나눠 뒤처지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균등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조직 또한 수직적인 팀 체계가 아니라 애자일 방식으로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다양하게 선택하고 순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이 만드는 AI 생태계
배경훈 원장은 기술 지식과 경영 능력을 모두 겸비한 R&D 리더입니다. 그가 AI 연구원들의 고충을 잘 아는 이유는 그 역시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비전인식 기술을 연구하며 AI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부터 다수의 자율주행,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했고, 통신사에서 콘텐츠 기반의 AI 기술을 연구하며 비전, 언어, 음성, 데이터 지능 등 AI 전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SCI급 국제 학술지 15편을 포함해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 3대 인명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습니다.
Q. 오랫동안 AI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AI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업에서 AI 연구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제 발굴’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 인프라와 데이터가 풍부하다고 해서 연구 환경이 갖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를 정의할 수 없으면 풀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결국 AI를 적용할 대상이 없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좋은 문제를 발굴하고 풀어서, 그 연구 결과가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다면 더 많은 인재들이 LG에서 일하고자 할 것입니다.
LG AI연구원은 각 LG 계열사와의 협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계열사들도 AI를 잘 활용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기 때문에 함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LG 내부의 문제 해결을 넘어서 AI를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Q. AI 연구자로서, 그리고 LG AI연구원을 이끄는 R&D 리더로서 이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LG가 가전, 배터리 분야에서 1등을 했듯이 AI에서도 적어도 1~2개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이는 최고의 학회에 논문을 발표해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AI 기술을 사업에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자생적 AI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LG AI연구원이 연구원들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이 결과가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제별로 AI 회사들을 만들어 스핀오프하고, 그 회사들을 저희가 지원한다면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보다 큰 AI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Q. AI 연구자의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동시대의 연구자로서 후배 연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조급해하지 말고 끝까지 한 우물을 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AI가 크게 주목받고 있어 기업 간의 AI 인재 확보 경쟁이 과열되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 그리고 사업화까지 경험치를 충분히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AI가 도구화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여 문제를 풀기 위해선 수학적인 지식과 기초연구가 필요합니다. AI를 하나의 학문으로 깊이 있게 바라보고 기초부터 확실히 다진다면 어떤 문제가 주어져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AI 인력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 AI 거품이 사라지면, 그때는 튼튼한 기초를 기반으로 AI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치를 확보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