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A3MD 컨소시엄 참여 의의와 AI 기반 소재 개발 연구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도 좋은 재료 없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소재를 발굴하는 것은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이 보다 친환경적이고, 고효율이면서 더 안전한 소재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9월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을 대표하여, ‘AI 기반 소재 개발 컨소시엄(A3MD, The Alliance for AI-Accelerated Material Discovery)’을 공동으로 결성하며 AI를 활용한 소재 개발에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습니다. A3MD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한 LG AI연구원의 이화영 AI Business담당을 만나 LG가 추진하고 있는 AI 기반 소재 개발 연구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A3MD, 세계 최고 수준의 학계와 산업계의 유기적 결합

A3MD에는 LG AI연구원 외에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와 맥마스터대학교,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이 창립멤버로 참여합니다. 화학·물리 분야의 전문 지식이 매우 중요한 소재 발굴의 특성상 AI를 활용한 소재 연구 개발은 연구 경험과 노하우 등 복합적인 역량을 가진 인재를 찾는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LG AI연구원은 ‘AI Driven Material Discovery’를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A3MD 가입을 통해 소재 개발 분야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A3MD
의 설립 배경과 LG AI연구원이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3MD는 소재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테드 사전트(Ted Sargent) 교수와 알란 아스푸루구직(Alan-Aspuru-guzik) 교수가 산학협력으로 AI를 활용해 신소재 발굴의 한계를 돌파해 보자는 움직임에서 2019년 처음 시작됐어요. 계산화학, 대규모 실험, AI 등 분야별 대표 교수진 6명이 먼저 모였는데, LG AI연구원은 이전부터 토론토대학교와 AI 기초 연구 부분에 있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해당 분야에 집중해오던 터라 다른 기업보다 앞서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죠.

A3MD에 가입하면 고도화된 개발 인프라와 풍부한 소재 데이터를 모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재와 AI 관련 지식을 모두 갖춘 세계적인 석학들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LG의 소재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소재 개발과 관련된 주요 LG 계열사들인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이노텍을 만나 A3MD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과 활용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했어요.

지난 10월 A3MD에서 온라인으로 첫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독일 바스프(BASF)를 비롯해 30여 개가 넘는 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이를 참관했습니다. 이날 저희는 AI 중심 소재 발굴에 대한 LG의 비전을 공유했고, 왜 LG가 A3MD에 가입했으며, 앞으로 컨소시엄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발표했지요.

LG는 특히 토론토대학교와 A3MD를 통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메리 응(Mary Ng) 캐나다 통상부 장관의 요청으로 화상회의를 하고 캐나다 연방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캐나다 정부에서도 LG와 토론토대학교의 협업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A3MD 창립멤버들. 세계 최고 수준의 학계와 산업계의 만남으로 설립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Q. 현재 A3MD에선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 연구엔 어떤 AI 기술이 적용되나요?
 
“먼저 공통 과제로 친환경 촉매와 고효율 발광 소자, 두 가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촉매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나 활용도가 높은 에틸렌으로 바꿔주는 물질을 만드는 것으로, 이 촉매를 머신 러닝과 자동화 로봇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전기를 빛으로 변환하는 고효율 차세대 발광소자,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연구입니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과 AI 모델링,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된 실험 플랫폼을 활용하여 효율 및 안정성에서 최적화된 성능을 가진 구조를 설계하는 과제입니다.

두 프로젝트에 모두 생성, 예측, 검증을 위한 AI 기술이 사용됩니다. 연구자가 원하는 특성을 넣으면 거꾸로 여기에 맞는 분자구조를 찾아내는 역설계 알고리즘, 물질의 밴드 구조와 형성 에너지 등을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로봇 기반의 대규모 실험과 완전 자동화(Closed Loop) 구성 알고리즘 등이 그것입니다. 소재 발굴에 대한 LG의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활용해 연구 프로세스를 완전 자동화하는 것인데 A3MD도 이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LG의 소재 개발 이끌 어벤저스를 꿈꾸다

Q. A3MD를 통해 나온 연구 결과들이 LG 계열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LG화학의 고효율 전지 소재와 촉매,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발광 소재, LG이노텍의 핵심 광학 소재 모두 A3MD의 연구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LG전자의 경우 이렇게 개발된 고효율, 친환경, 차세대 소재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우리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혁신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LG AI연구원은 이미 A3MD의 모든 연구 결과를 계열사에 공유할 수 있는 지식 공유 시스템, ‘AI Hub’를 구축해 두었어요. A3MD를 통해 얻은 진일보한 AI 기반 소재 개발 방법론을 주요 계열사의 소재 발굴 체계로 안착시키고자 합니다.”



Q.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A3MD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과거 대량 생산 시대에는 모든 가치가 생산 설비에서 나왔지만, 오늘날 AI 시대에서는 결국 모든 가치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소재 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노하우와 역량을 갖춘 사람을 만나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LG의 인재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A3MD는 해당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 6인의 석학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재 발굴 관련 인적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산학협력과 A3MD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산업계는 과제를 의뢰하고, 학계는 이를 해결하는 일방향적인 관계가 아니라 참여하는 연구원들에게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서로 긴밀히 소통한다는 점입니다. LG의 연구원들은 구루(Guru) 급 전문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기술 세미나와 부트캠프 등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해당 연구실로 파견되어 그곳의 인프라를 활용, 함께 연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연구원들의 역량이 더욱 높아져 LG의 AI 기반 소재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A3MD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직접 참여하는 연구원들 또한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3MD를 통해 함께 소재 연구를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는데 점에서 상당히 고무되어 있습니다.

현재 저희 AI연구원 내부에서 소재를 연구하는 MI(Material Informatics) 관련 연구자들은 모두 소재 개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높은, 말 그대로 ‘희귀한’ 인재들입니다. 또한, 이들은 ‘AI 컨설턴트’로서 계열사와 LG AI연구원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역량을 계열사로 전이해 계열사의 AI 기반 소재 개발 역량을 성장시키는 촉매가 되어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AI, 미지의 분자구조 찾는 나침반이 되다

LG AI연구원이 AI 기반 소재 개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수한 신소재로 만든 상품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을 줄여 기후 변화같이 전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화영 AI Business담당은 좋은 소재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만큼 이로 인해 유발되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Q. AI 기술은 어떻게 소재 개발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나요?
“소재 개발은 수없이 많은 분자 조합 중에 의미 있는 조합을 찾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 조합의 수가 130억 광년이 넘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소재 발굴 은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해 온 연구원의 직관을 바탕으로 분자구조를 설계, 합성, 실험, 검증하는 과정을 매번 반복해 왔습니다. 한 사람이 30년 동안 쉬지 않고 실험한다고 해도 평생 수만 개 이상의 물질을 테스트하기 어렵고, 과거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구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선입견이 없는 AI는 수십, 수백 차원을 동시에 고려하거나, 생성모델(Generative Model)을 활용해 수많은 후보 분자구조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적의 분자구조를 멀티 에이전트 강화학습(Multi Agent Reinforcement Learning)과 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최단 시간 내에 찾을 수도 있죠.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에 평생 걸리던 일을 몇 년,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최근 들어 화학 분야와 AI 분야 양쪽의 지식을 모두 갖춘 인재들이 배출되기 시작함에 따라 AI 기반 소재 개발 관련 연구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Q. 소재 개발 분야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LG AI연구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지난 10월 LG AI연구원은 제2회 LG AI 해커톤을 개최했습니다. 이미지로 된 분자 구조를 문자열 포맷으로 변환하는 문제를 출제했는데, 관련 분야인 컴퓨터 비전 전공자들이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국내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칠레와 네덜란드 출신 연구원들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결과물이 최근 발표된 논문 수준보다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LG AI연구원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AI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채용해서 LG의 AI 기반 소재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지난 10월 ‘분자구조 이미지 SMILES 변환’을 주제로 진행된 제2회 LG AI 해커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소재 연구를 하는 계열사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 정보와 데이터, 알고리즘, 적용 노하우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공유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계열사 간 협업 체계가 만들어지면 LG의 소재 개발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G AI연구원은 내년부터 해외에 거점을 두고 AI 및 소재 개발 관련 대학·연구소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순수학문과 인공지능 연구가 발달한 캐나다는 LG AI연구원의 첫 거점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화영 AI Business담당은 해외 거점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고, 소재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중요한 분야에선 외부 기관과 더욱 활발히 교류하며 연구와 협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Q.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개발된 신소재를 사업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AI를 활용한 소재 개발 체계를 LG에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 방식으로 소재를 발굴하고 있는 계열사 연구원들에게 AI가 인간의 보조 지능으로서 연구의 좋은 동반자가 된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계열사의 소재 개발 연구원들과는 그동안 진행해 온 AI 기술 교육과 MI 협의체를 통해 AI의 효용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룬 것 같습니다. 여기엔 AI를 이용해 8개월 만에 항암·면역 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전지 양극재 발굴에 성공해 AI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최고 경영진들을 통해 소재 개발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게 하는 과정이 남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LG AI연구원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우수 연구 사례와 AI 기반의 소재 개발 방법론을 공유해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여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