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AI 연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오다 LG AI연구원과 인연이 닿았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합류했습니다. 실험실에서 그치는 연구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의 실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LG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선정한 세계 10대 AI 연구자, 머신러닝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시건대학교 이홍락 교수가 지난해 12월 LG AI연구원에 ‘최고 AI 사이언티스트(CSAI, Chief Scientist of AI)’로 합류했습니다. 이홍락 CSAI는 앞으로 LG AI연구원에서 AI 연구를 총괄하는 한편 LG그룹의 단계별 AI 연구 기술 로드맵과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이홍락 CSAI를 만나 LG를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습니다.
인간 지능 구현하는 AI에 매료된 과학자
이홍락 CSAI는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AI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AI 연구를 시작한 것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인공지능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Q. AI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부터 AI 연구를 하셨습니다. AI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인간이 가진 지능과 지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신비한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AI 알고리즘을 통해 복잡한 데이터나 환경을 인식해서 그에 맞게 행동하고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I를 구현하기 위한 계산적인 원리와 핵심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AI 연구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AI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박사 과정 지도교수셨던 앤드류 응 교수님과 몬트리올대학교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님입니다. 앤드류 응 교수님께 최고 수준의 연구에 대한 의지와 열망, 그에 맞는 연구 주제를 정하는 방법, 연구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지도, 논문 쓰는 방법부터 학생들을 지도하는 법까지 제가 AI 연구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요수아 벤지오 교수님은 AI가 주목받기 전부터 딥러닝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연구해오신 분이고,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가이기도 합니다. 박사 과정과 그 이후 미시건대 교수가 되어서도 자주 교류했는데, 딥러닝의 여러 분야에서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기 때문에 벤지오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Q. 주로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해오셨으며, 최근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연구는 딥러닝의 세부 분야로, 딥러닝에서 계층적 표현학습을 잘 하게 하고, 레이블링(Labeling)이 되지 않거나 최소한의 레이블링이 된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의미 있는 요소를 학습하게 하는 연구들입니다. 최근에는 생성모델, 즉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델에 관한 연구와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표현학습 연구는 레이블링이 되지 않은 데이터로부터 추상화된 계층, 즉 계층적 표현(Representation)을 뉴럴넷(Neural Network)을 통해 학습하고 이런 표현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이나 분류 같은 인공지능 업무를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컴퓨터가 이미지나 음성 등을 인식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생성모델 연구는 데이터가 부족한 도메인에서 가상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해 가공된 데이터의 양이 적더라도 이를 토대로 고성능의 모델을 학습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심층 강화학습 연구는 데이터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환경에서 행동하며 유용한 업무를 수행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일하는 로봇이나 가상 환경에서 사람을 돕는 인공지능 비서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실험실에 머물던 연구 실생활 속으로
Q. LG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LG엔 여러 계열사가 있고 여기서 확보되는 다양한 도메인과 데이터,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물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내부 프로세스 등에 적용할 수 있고, 시장의 반응까지 살펴볼 수 있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연구자가 기초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데이터 부족이나 실제 적용이 어려워 실험실에서만 그치는 연구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의 실생활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 현재 LG그룹의 AI 연구 기반과 기술력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시나요? 그룹 내에선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LG는 선도 기업으로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을 목표로 AI 응용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계열사들이 AI 기술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데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에 AI를 탑재하는 Product AI, 내부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해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Enterprise AI가 그것입니다.
Product AI의 사례로 LG전자의 가전제품을 들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LG ThinQ’라고 불리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또한 자사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nterprise AI 영역에서는 더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최근 LG화학의 배터리 품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 제공해 왔으며 이와 함께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여러 제조 계열사를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장비, 비전 검사 등 AI 활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챗봇을 개발해 모든 계열사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LG CNS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Q. AI와 관련하여 LG AI연구원에선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신가요?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만한 AI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LG는 AI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 신약 개발,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프로세스, 비전 검사, 특허문서 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이런 기술들의 일반화 성능을 높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 상품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AI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LG의 기업문화가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자율적이고 유연한 연구개발 문화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가실 계획이신가요?
“LG그룹 내에는 다양한 산업이 있고 산업의 성격에 따라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LG 전체를 보수적이라고 일축하기에는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 LG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과감하게 도전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LG사이언스파크와 LG AI연구원은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구성원들이 젊고 역동적입니다.
저희 LG AI연구원은 최고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처우를 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연구자로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공서열이 아닌 실적과 역량에 기반해 평가할 계획입니다. 좋은 인재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다양한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LG AI연구원의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보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연구개발 문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사회의 생산성, 인류 삶의 질 높이는 AI 만들 것
이홍락 CSAI는 AI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와 교육 당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AI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수학이나 전산 교육 과정을 개정하고 AI 체험학습을 통해 흥미를 갖게 하는 한편 대학의 AI 전공과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 주도로 컨소시엄을 만들어 대규모 AI 모델 학습을 위한 대형 컴퓨터 자원을 지원하고 공유하여 AI 생태계를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Q. AI 전문가로서 현재 글로벌 AI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어떻다고 평가하시나요?
“최근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은 매우 빠르고, 큰 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도적인 패러다임은 빅데이터를 가공한 뒤 뉴럴넷 같은 모델을 학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이 방법으로 여러 데이터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큰 성과를 얻었고 많은 분야에 이 기술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머신러닝 기술은 업무 영역이나 환경이 달라질 경우 일반화 성능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학습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도 일반화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적인 연구주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까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AI 연구 수준은 최근 들어 상당히 발전하고 있고 좋은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AI 학회에서 많은 논문들이 한국 AI 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되고 있고, 응용 기술 측면에서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다만 AI의 기초 연구나 응용 연구 부분에서 선도적으로 새로운 문제나 방법론,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면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이홍락 CSAI께서 만들고 싶은 궁극적인 AI 기술은 무엇인가요?
“저는 AI 기술을 통해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가급적 사람의 지도나 예시, 가공 등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획득하고 활용하는 AI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AI가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 언어 그 외의 센서 데이터 등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 고차원의 데이터를 추상화하는 능력, 주어진 환경과 업무에서 탐험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획득하는 능력, 기존에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문제를 일반화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기존에 학습된 기술들을 조합해서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능력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위해 업무 환경이나 데이터가 달라지더라도 그것에서 공통의 표현(representation)을 학습하고 새로운 상황에 쉽게 적용하고 행동하는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 이렇게 일반화하는 범위를 점점 확장하면 소위 말하는 강한 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elligence)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Q. AI를 연구하고 있거나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I 연구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연구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와 중요한 연구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연구자는 좋은 문제를 발견함으로써 연구의 패러다임이나 연구 방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능적인 행동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이론적인 원리는 무엇인가, 이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 질문하는 것이 AI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핵심 가설을 정의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디자인한 뒤 실행, 분석하고 다음 단계를 계획하는 등의 과학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려는 자세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고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자세를 지닌다면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