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서 LG AI Research Canada의 연구원으로서 다양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장종성님을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만났습니다. 종성님은 이곳에서 토론토대학과 산학협력으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LG AI연구원의 글로벌 거점인 LG AI Research Canada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대면해서 협업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종성님과 그의 동료들은 끊임없이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의공학자, AI 연구원이 되다
종성님의 이력은 조금 독특합니다. 학부에선 기계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생체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엔 한국과 일본의 의공학연구소에서 일하다 AI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 3차원 의료영상처리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앞에 ‘의료’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것뿐이지 연구 내용은 컴퓨터공학의 영상처리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MRI, CT 같은 의료 영상을 실제 수술대 위에 있는 환자의 형상에 정합시키는 기술이었는데, 수술 항법장치(Surgical Navigation)의 핵심으로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영상 데이터가 그렇듯 영상을 찍는 사람과 장치에 따라 결과물이 제각각이라 균일한 성능을 얻기 어려웠어요. 전통적인 영상처리 방식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한 오픈 강의 플랫폼에서 스탠퍼드대학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의 딥러닝 강의를 듣게 되었고, 딥러닝이라면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코로나19와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모든 협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번 인터뷰도 Webex로 이뤄졌다.
딥러닝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머잖아 또 다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딥러닝을 연구하려면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의료기관의 특수성과 의료진들의 바쁜 일과 때문에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제된 데이터가 아닌 현실 데이터가 많은 곳에서 마음껏 AI 연구를 해보고 싶었던 그는 다음 행보로 기업 연구소를 택했습니다. LG 계열사에서 비전 검사와 공장 자동화를 위한 AI 기술을 연구하다 2019년 1월 LG AI연구원의 전신인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에 합류했습니다. 조직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종성님은 LG AI연구원의 장점으로 연구 중심 문화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꼽습니다.
“기업의 AI 연구는 사업과 연결되어야 해서 기초연구를 간과하기 쉬워요. 실용성까지 완벽한 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탄생하는데 기업 대부분이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실패를 피하려고 하죠. 이는 새로운 시도를 어렵게 합니다. 그런데 LG AI연구원은 달라요.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지금 하는 연구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을 수 있게 장려합니다. 저는 이것이 실패에 대한 연구자들의 부담도 덜어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구 성과에 대한 책임감은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하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으면 확실히 더 많은 도전을 하게 돼요.”
기초연구에 더 가까이, 토론토에 가다
종성님은 지난해 3월 캐나다 토론토에 파견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때에 이제 막 세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해외로 나가기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캐나다행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호기심이 컸어요. 도대체 토론토대학은 어떤 연구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AI에 강한 대학이 되었나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이곳에 오면 실용성이나 사업적 가치보다 연구 자체를 생각하고,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확실히 매력적이었고요. AI 연구자로서 LG의 이름표를 달고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려운 마음보다 설렘이 컸습니다.”

토론토대학의 상징인 University College. 현재 토론토대학은 코로나19로 인해 장기 폐쇄되었다.
캐나다는 AI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로저 그로스(Roger Grosse), 지미 바(Jimmy Ba) 교수 등이 있는 토론토대학교,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 아론 쿠르빌(Aaron Courville) 교수 등이 있는 몬트리올대학교를 필두로 Vector Institute, MILA, CIFAR 등 전 세계 AI 연구를 선도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이곳에 오게 된 그에게는 말로만 듣던 쟁쟁한 연구진 사이에서 한국과 LG를 대표한다는 부담감, 이곳에 처음 파견된 멤버였던 만큼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엔 주눅이 들었어요. 교수들은 너무 유명하고, 랩 분위기도 다소 권위적인 한국의 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곳 학생들은 자신감이 넘쳐요. 교수님께도 강하게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편이고요. 아무래도 학부에서부터 강하게 훈련 받는 데다, 석사부터는 인턴십을 해서 현장 경험까지 갖추게 되니 주도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거죠. 저도 이런 연구 문화에 자신감을 얻어서 지금은 교수들에게도 저희가 원하는 방향성이나 주제 등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종성님과 그의 가족은 이전에도 해외 체류 경험이 있습니다. 종성님이 박사 과정 후 일본의 대학 의공학연구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경험이 처음이 아니어도 익숙한 환경을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 삶의 터전을 다시 잡는 것은 그와 가족에게 큰 모험이었을 것입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종성님은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했고 가족들은 이런 그의 선택을 항상 지지해 주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캐나다의 자연환경.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점은 캐나다 생활의 장점이다.
“연구나 업무는 부딪히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비자 문제, 집 구하기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염려는 있었어요. 생활이 힘들면 저 혼자만 고생하는 게 아니니까요. 가족들은 항상 제 커리어에 유리한 결정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줬고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족, 친구들을 떠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다행히 아내와 아이는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요.
캐나다는 한국과 비교하면 위락시설이나 유흥시설이 많지 않아요.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나 편의점도 드물죠. 대신 걸어갈 만한 거리에 드넓은 자연이 있어 일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엔 4살 아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부분에 제약이 있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이곳에 와서 만족스러운 점 중에 하나에요.”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만들다, LG AI Research Canada
LG AI연구원의 글로벌 거점인 LG AI Research Canada에서는 주로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은 토론토대학 연구실을 함께 쓰며 연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학은 장기 폐쇄되었고. 연구진들은 화상 미팅과 실시간 채팅, 다양한 협업 플랫폼을 사용해 아이디어와 연구 진척 상황,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종성님과 LG AI Research Canada 소속 연구원들
“토론토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연구 주제로는 설명 가능 AI(explainable AI)와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등이 있고, 인과관계 추출이나 하이퍼네트워크 같은 기초 분야 연구, 신물질 탐색 같은 응용 분야 연구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토론토대학과의 산학협력은 보다 원천적인 기술 연구에 중점을 둘 거예요. 모든 기술로 파생할 수 있을 만한, 파급력 있는 연구 과제들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자체 연구도 확대하면서 산학 연구를 이끌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 게 현재의 목표입니다.”
LG AI Research Canada에 소속된 연구원은 모두 3명입니다. 이 중 1명은 캐나다 시민권자로, 현지에서 채용됐습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IEEE, AAAI 같은 세계적인 권위의 AI 학회지에 총 4건의 논문을 발표했고 지난 1년 동안 연속학습과 설명가능 AI에 관련된 2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작년에는 CVPR2020의 연속학습 기술 경연대회(Continual Learning Computer Vision Challenge)에 토론토대학과 공동연구팀으로 참가해 1위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종성님이 참여한 논문들. 1건이 연속학습, 3건이 설명가능 AI에 관한 논문으로 올해 IEEE, AAAI에 발표되었다.
“모두 산학협력의 결과물이라 저희만의 성과라고 하기엔 쑥스러워요. 연구 성과가 많이 창출되는 쪽으로 산학협력을 유도하기도 했고, 한 연구에 논문 여러 개가 나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무래도 지금은 인원수가 적다 보니 한 사람이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연구 과제 수가 많은 편인데, 앞으로 신규 채용이나 인턴십을 늘려 인력을 더 충원하려고 합니다. 연구가 주된 업무인 만큼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다른 연구진들과 팀워크를 잘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선 세계 정상급 연구진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기회를 분명히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LG 오피스 내외부. 토론토대학 캠퍼스와 인접해 있다.
토론토대학과의 산학협력부터 인적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거점 마련까지 어느 것 하나 미리 준비된 것은 없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라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종성님은 이 모든 것들을 다양한 경험과 성장의 기회로 생각합니다. 그와 LG AI Research Canada의 연구원들이 쌓고 있는 시행착오와 노력, 연구 성과들은 앞으로 LG AI연구원이 해외로 진출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LG AI연구원이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과정에서 LG AI Research Canada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연구 성과를 양적, 질적으로 확대하는 거예요. AI 연구의 중심에 있는 토론토대학을 비롯해 캐나다 내 연구자들과 교류를 늘리는 한편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유망 기술과 연구 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입니다. LG AI연구원이 미래 AI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세계와 LG AI연구원을 잇는 교두보가 되고 싶어요.”